제목 [News] “어머머, 한국 오면 이건 꼭 사야해”… 외국인 사로잡은 ‘K패션’ [동아일보 2019-03-12]
글쓴이 webmaster 조회 59 등록일 2019.03.12

4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색상으로 가방 문구류 등을 만드는 패션잡화 브랜드 ‘피브레노’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매장. 피브레노 제공 

2013년 서울 창덕궁 돌담길에 ‘컬러 포 라이프(COLOR FOR LIFE)’란 콘셉트로 문을 연 패션잡화 브랜드 ‘피브레노(FIBRENO)’. 이 브랜드의 임성민 대표는 어린 시절 크레파스를 좋아했던 경험을 살려 오픈 당시 20개가 넘는 색상의 가방과 문구류 등을 선보였다. 5평 남짓한 매장에서 별다른 홍보도 없이 3년가량 매장을 운영하던 어느 날, 중국인 관광객들의 눈에 피브레노가 띄기 시작했다. 다채로운 색상을 비롯해 20만 원 선에 불과한 가방 가격, 가벼운 제품 무게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중국인들의 대량 구매가 이어졌다. 재고가 없어 못 파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피브레노의 가치를 알아본 면세·유통업계 바이어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피브레노는 지난해와 올해 홍콩 첵랍콕 공항 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아 명품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잇달아 자리를 잡았다. 피브레노는 올해 1, 2월 기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운영하는 20여 개 핸드백 브랜드 중 5위 안에 드는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도 하루 평균 500만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이응준 신세계면세점 패션 앤드 액세서리 담당 팀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희소한 브랜드를 찾고 있다”면서 “한국인 디자이너의 독특한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케이패션 브랜드 발굴에 공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젊고 트렌디한 감성이 특징인 한국인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면세점과 명품 브랜드 매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제품이 주목받고 있는 것. 일부 브랜드는 외국인 큰손의 선택을 받으면서 단숨에 인지도를 높였다. 국산 트레이닝복 브랜드 ‘널디(NERDY)’가 대표적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표출하는 것을 중시하는 트레이닝복 브랜드 ‘널디’의 패션 화보. 널디 제공

국내에선 아이유, 지코 등 연예인이 입어 화제가 된 널디는 단어 뜻 그대로 ‘머리는 좋으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브랜드 콘셉트다. 단순한 디자인에 큰 사이즈, 다채로운 색상, 유니섹스(남녀 구별이 없는) 등이 특징인 널디 트레이닝복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8월 ‘아시아 남성 패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대만 패셔니스타 리처드 셰이가 널디 제품을 구매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널디는 2017년 4월 브랜드 론칭 이후 1년여 만에 주요 백화점 면세점 등에 3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서 널디의 올 1월 매출은 지난해 7월 오픈 대비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후드와 티셔츠만으로 급부상한 브랜드도 있다. 쌍둥이 형제인 구재모, 구진모 대표가 론칭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는 고급스러운 원단과 독특한 프린팅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넛을 든 아이를 비롯해 기도하는 아이, 하품하는 아이 등을 실제와 유사한 크기로 후드티에 표현한 게 특징이다. 자체 온라인 매장과 청담점 매장으로만 운영됐던 아크메드라비는 올 1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팝업 매장을 오픈했고 2월 매출이 1월 대비 80%가량 증가했다.



가방(그리다, 파인드카푸어), 의류(보이런던), 선글라스(베디베로, 카린) 등의 한국 브랜드도 면세점과 백화점 등에 매장을 늘리며 케이패션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인 얼굴형과 코 크기 등에 적합한 선글라스를 내놓은 젠틀몬스터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꼭 사가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케이패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면서 “외국 브랜드와 차별화할 만한 케이패션 브랜드를 키우는 일에 한국 디자이너와 면세·유통업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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